안녕하세요. 신갈천 거북이입니다.
제가 주로 달리는 장소인 용인의 신갈천과, 엄청나게 느리지만 꾸준히 달리는 제 캐릭터를 담아 닉네임을 지어봤습니다.
제가 2023년에 가장 잘 한 일 한 가지를 꼽는다면, 그건 바로 달리기를 시작한 건데요. 그래서 오늘은 체력도 너무 약하고 운동 신경도 없는 제가 어떻게 달리기를 취미로 삼게 되었는지, 그 과정과 나름의 노하우를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달리기 시작한 계기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의 저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저질 체력에 운동 신경 제로이고요. 활기차게 움직여보겠다는 의욕도 없었습니다. 체력이 가장 좋다는 10대 시절에도 100미터 달리기 기록은 항상 20초대였고, 체력장에서 오래달리기라도 하면 목구멍에서 피맛이 났고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오는 기분이었습니다. 심지어 엄청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허들이나 뜀틀을 못넘어서 체육 실기 점수 F를 받기도 했고요. ‘너는 키는 멀대같이 커서 이런 것도 못하냐’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운동과는 점점 더 담을 쌓게 되었고요.
20대까지는 운동 보기를 돌같이 하여도 사는데 별 문제가 없었지만, 30대 중반을 넘어서자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원래도 체력도 약하고 예민한 저였는데, 노화로 인해 점점 더 체력이 떨어지자 스트레스를 감당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세상 만사가 다 짜증 나고 화가 났습니다. 낮에 일을 하고 집에 가면 손가락 하나 까딱 할 힘도 없었고, 누워서 멍하니 유튜브만 보다가 아침에 다시 꾸역꾸역 출근 했습니다.
도저히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체력을 키우고 싶다는 열망은 점점 커져 갔습니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해도 잠깐 뿐. 장기 습관으로 정착하지 못했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느낀 재미보다 귀찮음과 고통이 더 컸으니까요. 해야 되니까 하는 운동 말고, 하고 싶어서 할 수 밖에 없는 운동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마라닉TV라는 채널을 발견 했습니다. 이 채널의 영상들을 보고 저처럼 체력이 없어도, 나이가 많거나 어딘가 아파도 달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꼭 빨라야만 달리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저의 달리기가 고통스러웠던 것은 남들의 속도를 따라가려고 했기 때문이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속도로 달리면 저 같은 사람도 달릴 수 있는 거였습니다!
1년 동안의 과정
2023년 3월 7일, 드디어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첫 목표는 30분 쉬지 않고 달리기였습니다. 속도는 신경 쓰지 않았고요. 달리기 어플 런데이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런데이에서 제공 하고 있는 30분 달리기 도전 기능이 처음 달리기에 도전 하는 사람에게 최적화 되어 있는데요. 1분 달리고 2분 걷기로 시작해서 그 다음에는 1분 30초 달리기, 또 그 다음에는 2분 달리기… 이렇게 주 3회씩 정해진 프로그램을 따라가다 보면 8주 후에는 쉬지 않고 30분을 달릴 수 있게 됩니다.
런데이를 따라서 작은 성취를 자주 반복하며 점점 달리기에 중독이 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약 11주 후, 드디어 30분 쉬지 않고 달리기에 성공 했습니다.
여기까지 오자, 이제 저는 더 이상 운동을 해야 하니까 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달리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만둘 수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달리러 나갈 내일 아침이 기대되어 잠자리에 들 때 설렜습니다.
30분 달리기에 성공한 뒤에도 저는 여전히 속도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작은 도전을 계속 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40분, 50분, 1시간을 쉬지 않고 달리게 되었고 가을에는 5km, 10km 대회에 나가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10월 런뮤직 페스티벌
마라닉TV의 올레님이 처음으로 개최한 행사였는데요. 5km밖에 되지 않는 짧은 코스였지만 해변을 따라 쭉 달릴 수 있고, 산길도 약간 맛볼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고 상쾌하게 달렸습니다. 올레님은 제게 달리고 싶은 동기부여를 주었던 좋아하는 유튜버였기 때문에 타이밍을 재다가 같이 사진 찍어 달라고 요청을 하기도 했고요.
11월 JTBC 마라톤 대회
JTBC 마라톤은 국내 마라톤 대회 top 3중 하나일 정도로 큰 대회입니다. 미래의 내가 어떻게든 해 주겠거니 하고 일찌감치 대회 신청은 해 놓았지만, 날짜가 다가올수록 ‘내가 10km를 뛸 수 있을까?’, ‘1시간 30분(10km 제한 시간) 내에 들어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티켓 취소가 가능한 마지막 날까지 그냥 취소할까 고민 하기를 수백 번. 에라 모르겠다! 하고 취소를 하지 않았는데요. 취소 하지 않길 정말 잘했죠. 10km를 시간 내에 무사히 완주 한 데다가, 한 번도 멈춰서 걷지 않고 꾸준히 계속 달리는 데 성공해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내가 경험한 달리기 효과
그럼 이제 1년 가까이 달리기를 취미로 즐기면서 제가 직접 체감했던 달리기 효과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체력 향상
달리기를 시작하고 가장 크게 체감한 것은 체력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저희 집에는 30분이면 갔다 올 수 있는 야트막한 뒷산(‘산’이라는 정식 명칭도 없는 작은 공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 곳을 올라가는 것도 버거워서 몇 번을 쉬어가며 올라가야 했었는데요. 이제는 저도 진짜 ‘산’을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힘들고 위험한 걸 도대체 왜 하는 걸까 이해 할 수 없었는데요. 체력이 생기고 저도 직접 해보니 재미있더라고요!
예전의 저는 퇴근 후 손가락 하나 까딱 할 힘이 남아 있지 않고, 주말에도 온전히 집에서 쉬는 것을 가장 좋아했었습니다. 하고 싶은 건 많지만 게으른 자신이 한심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는데요. 그건 게으른 게 아니라(사실 맞음) 체력이 없는 거였고, 체력이 생기자 하고 싶었던 것을 마음껏 해보고 가고 싶은 곳도 열심히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달라진 제 인생처럼 핸드폰 사진첩도 알록달록 해 졌답니다.
매일 주어진 업무, 꼭 해야만 하는 일만 겨우 겨우 수습하며 살기에도 바빴던 저. 체력은 삶에 여유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회사 업무도 좀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고요. 진정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고민해보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새로운 도전도 시도 해보고 있습니다.
2. 정신 건강
두 번째로 말씀드릴 정신 건강에 대한 부분이 제가 달리기의 효과 중 최고로 꼽는 부분입니다.
저는 아주 예민하고,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요. 적당히 숨이 차게 달리기를 하면 즉각적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만족감과 행복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주로 아침에 달리는데요. 아침에 달리기를 해서 행복한 감정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그 날 하루 종일 활력이 넘치는 느낌이 듭니다. 일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고요. 주말에도 아침 달리기를 하면 미뤄 두었던 집안일을 해낼 힘도 생긴답니다.
이렇게 운동 하면서 약간의 고통을 이겨내는 훈련을 자주 하다 보니 마음에도 근육이 붙나 봐요. 운동을 하지 않을 때보다 스트레스나 외부 자극을 훨씬 더 잘 견뎌내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3. 다이어트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달리기를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요. 신나게 밖으로 나가 뛰어 놀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살이 많이 빠졌더라고요. 근력 운동은 전혀 하지 않고 달리기만 해서 그런지 근육량도 좀 빠지긴 했지만 지방이 정말 많이 빠지지 않았나요? 역시 지방 태우는 데에는 유산소 운동이 최고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심장이 터지도록 강한 강도로 달리면 오히려 무산소 운동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니 살을 빼고 싶으시다면 적정 유산소 강도로 좀 긴 시간 운동 하시길 추천 드립니다. 나이나 체중 등에 따라 본인에 맞는 유산소 심박수가 다르긴 하지만, 대략 분당 심박수 120~140회 정도에 맞춰 뛰는 게 적절하다고 합니다. (이 정도 심박수를 유지하며 뛰려면 정~말 천천히 뛰어야 해요!)
달리기 시작하는 방법
‘나도 한 번 달려볼까?’ 하는 생각이 드시나요? 그렇다면 한 번도 달려보지 않은 분도 쉽게 달리기를 시작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Step 1
일단 날씨 좋은 날에 근처 공원 등 산책이나 운동하기 좋은 곳에 갑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힘들지 않을 정도로만 달려봅니다. 전문 러닝화가 없다고 해도 상관 없습니다. 집에 일반 운동화 하나씩은 있으시잖아요? 그걸 신고 달려봐도 괜찮습니다. 이게 바로 달리기의 큰 장점이죠. 별다른 사전 준비가 필요 없고, 그저 걸을 수 있는 몸과 운동화 하나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기분이 상쾌하신가요? 그러면 다음 스텝으로 넘어갑니다.
Step 2
남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아주아주 작은 목표를 세웁니다. 매일 달리겠다든지, 아직 제대로 달려보지도 않았는데 10km씩 달리겠다든지 하는 거창한 목표는 지키기 어렵습니다.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목표면 충분합니다.
Step 3
아주 작은 목표들을 성취하며 달리다 보면 조금씩 달리기에 재미가 붙을 겁니다. 좀 더 잘 달리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 날씨의 변화나 운동량 증가에 따라 이런 저런 불편함도 생깁니다. 그럴 때마다 조금씩 전문 러닝 장비를 검색하고 구매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아래와 같은 것들을 구매했고요.
- 무릎이나 발목이 약하니 푹신한 쿠션 러닝화
- 무릎, 발목 보호대
- 땀 배출이 잘 되고 알록달록 예쁜 러닝복
- 더운 계절에는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달리는 중간에 물을 자주 마셔야 하는데 가지고 뛰기 용이한 소프트 플라스크 물병
- 오래 달리기 위해서는 혈당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므로 에너지 젤
- 핸드폰, 물병, 에너지젤 등을 넣고 뛸 수 있는 러닝 벨트
- 비 올 때에도 노래를 들으면서 뛸 수 있는 골전도 방수 이어폰
- 그 외 기타 등등…
그리고 지금은 달릴 때 쓸 러닝용 썬글라스를 찾는 중입니다.
Step 4
만약 혼자 달리는 게 심심하다면? 근데 내 주변 가족이나 친구들은 달리기에 관심이 없다면? 다양한 러닝 동호회, 크루, 수업 등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 목표
먼저 2024년 5월 12일에 열리는 용인 마라톤 대회 10K 코스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10K는 뛰어 봤으니 그 다음 종목인 하프 마라톤에도 도전 해보고 싶고요. 한달에 1km 정도씩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늘려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즐겁게 달리다 보면 살아 생전에 풀코스 마라톤도 뛰어볼 날이 올 수 도 있지 않을까요? 결국 제 목표는 달리기를 평생의 취미로 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몰랐던 종목인데 트레일 러닝 이라는게 있더라고요? 걸어서 다니기도 힘든 산길을 달리는 겁니다. 엄청난 파워, 지구력이 필요한데 트레일 러닝을 즐기는 분들의 멋짐에 반해버려 저도 좀 더 체력이 늘면 도전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달리기, 또는 본인에 맞는 체육 활동의 재미를 느끼고 즐기실 수 있게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즐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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