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의 인문학

힙합과의 만남과 그 안에서 찾은 인문학

안녕하세요, 저는 포그리트 DX팀의 데이터 엔지니어 안도현입니다. 저는 처음 보는 분들에게 제 자신을 소개할 때 꼭 빼놓지 않는 키워드가 있어요. 그것은 바로 힙합인데요. 2016년에 랩 레슨을 통해 힙합에 입문하게 된 저는, 지금까지도 전반적인 제 삶에 힙합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많이 녹여져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래퍼들은 직접 가사를 쓰면서 자신의 곡과 앨범을 만드는데요. 이 때문에 저는, 가사에서 래퍼들의 다양한 생각, 가치관, 그리고 삶의 태도를 접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중 좋은 것들을 많이 흡수하면서 성장해왔어요. 그래서 전 힙합이 일종의 인문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저의 경험을 힙합을 잘 모르는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가볍지만 동시에 진중하게, 힙합에 대한 간략한 소개,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verse, 그리고 저를 가장 잘 표현하는 저의 곡으로 발표를 구성해서 포그리터 앞에서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별히 이번 글에서는, 제 곡을 통해 가사에 어떻게 래퍼의 삶의 태도가 담길 수 있는지 그리고 힙합에서 찾은 인문학적 깨달음 한 가지를 중점적으로 다루려고 해요 🙂

나의 삶의 태도, 가치관이 투영된 가사

정말 많은 랩 음악을 들으면서, 래퍼들이 어떻게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곡에 담아내는지를 봐왔던 저는 직접 가사를 통해 제 생각과 가치관도 표현해 보곤 했어요. 여러 곡 중에 저를 가장 잘 표현하는 곡을 하나 고른다면, 바로 2017년에 썼던 ‘안녕’이란 곡이에요. 저는 이 곡이 가까웠던 사람들과의 헤어짐에 대한 저의 태도를 정말 잘 담은 곡이라고 생각해요.

안녕 (Good bye)

참 많은 공통점, 하나의 목표점을
나누며 우리는 여기까지 걸어왔어
시간이 지나도 곁에 있을 것만 같어
늘 함께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서

근데 영원한 건 없네 우린 어느새
인생의 2막을 준비해 1막이 저무네
커튼이 열리면 이젠 각자의 무대 위로
왜냐하면 우린 모두 인생의 주인공

각자만의 Rail 또 각자만의 Aim
그 주변을 환히 빛내줄 각자만의 Fam
우리가 다시 만날 때는 더 빛나길 바랄게
축복해 난 언제나 당신의 Fan

우린 비록 다른 길을 걷지만 맘에 담은
그대 모습은 늘 내 기억 속에
보게 되겠지 다시 이 인연이 닿는다면
어른이 됐지 그때까지 기약 말고 안녕

저도 항상 잘 하지는 못하지만, 누군가와 헤어지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아쉽지만 담담히 받아들이려고 해요. 그 헤어짐이 각자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기 때문인데요. 훗날 그 선택을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 이별이라는 사건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각자에게 특별한 의미가 될 거라고 믿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단지 감사해 하고 멀어진 상대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 같아요. 함께하는 시간들은 제 기억 속에 남았고, 그 기억들이 저에게 좋은 영향을 줘서 지금의 제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가까운 친구의 유학, 함께했던 연인과의 이별, 정든 학교로부터의 졸업 등, 인생의 많은 이별의 순간에 저는 꼭 이 곡을 찾아듣곤 하더라고요. 저에겐 모든 헤어짐의 순간을 관통하는 곡인 것 같아요. 이번 예시는 제가 쓴 곡이었지만, 다른 래퍼들이 쓴 가사에도 그들의 가치관과 생각이 아주 많이 담겨져 있고요. 그런 가사들을 통해 종종 저의 삶을 돌아보기도, 제 가치관을 발전시켜 나가기도 합니다.

힙합에서 찾은 인문학적 깨달음 : 비교할 수 없는 자신만의 멋

실제 발표에서는 다루지 못한 내용이지만, 이번 글에서 힙합을 통해 제가 깨달은 한 가지를 추가로 공유하고 싶어요. 바로 멋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여러분들은 힙합하면 떠오르는 아티스트가 누구신가요? 아마 힙합에 큰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지코, 창모와 같은 대중적이면서 스킬적으로도 뛰어난 래퍼분들을 많이 떠올리실 것 같아요. 저도 이 두 아티스트를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데요. 이렇게 많은 대중들에게 울림을 주는 멋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소수에게 울림을 주지만 또 다른 깊이와 메세지를 주는 래퍼분들도 많이 존재해요. 그리고 저는 이런 래퍼분들에게도 정말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이 분들이 가진 멋을 경험하곤 했어요.

대중성 그리고 인기라는 하나의 척도로만 멋을 평가한다면, 분명 대중성 있는 래퍼가 그렇지 못한 래퍼보다 더 멋있고 좋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경험한 힙합은 그렇지 않았어요. 덜 대중적이지만, 그 어떤 래퍼보다도 저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래퍼가 있었고 이러한 경험은 힙합을 즐겨 듣는 분들이라면 종종 경험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는 내가 전하는 메세지가 가장 큰 울림을 주고 무엇보다도 빛날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저는 힙합 씬에 속한 래퍼들이 모두 비교할 수 없는 각자의 멋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생각은 제가 삶을 살아가는데도 좋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어제의 나와 비교를 통해 더 나은 스스로가 되는 것을 성장의 목표로 삼기도 했고요. 내가 부족한 점이 있는 만큼 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 혹은 멋이 있으니, 저에게 단점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수용하고 개선하려는 마음을 먹기도 했어요. 마지막으로 남들이 멋진 만큼, 저도 멋진 구석이 있으니 보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평소 행동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처음 힙합을 접하고 약 8년 동안, 제가 느꼈던 것들을 머리로만 생각했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눌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어요. 그럼에도 좋은 기회로 이렇게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신 포그리트 대표님과 HR팀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청해주신 포그리터 여러분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또 좋은 기회로 저의 다른 이야기들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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